이웃님들,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어제 열심히 송편을 만들었답니다. 어렸을 때는 항상 송편을 만들어 먹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떡집에서 사서 먹게 되었어요. 그러다 올 해,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송편을 집에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촐하게 저희 가족끼리만 만들었어요. 사실 많이 한다고 했는데 막상 다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쌀가루도 남고 송편에 넣었던 깨소도 많이 남아서 조만간 한 번 더 만들기로 했습니다. 송편에 들어가는 쌀가루는 우리가 먹는 흰 쌀을 빻은 멥쌀가루 입니다.
뜨겁게 끓인 물을 넣어 익반죽을 해주었어요. 물론 제가 아니라 엄마가 말이죠.^^; 열심히 떡을 빚을 수는 있지만, 반죽은 너무 어려워요. 질어도 안되고, 되도 안되고. 질기를 맞추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베테랑 주부인 엄마는 20년 만에 만드는 송편인데도 잘 맞추죠! 역시 엄마는 대단한 것 같아요.
깨도 씻고 불려서 볶고, 밤도 깠어요. 엄마는 깨를 볶고, 언니랑 저는 열심히 밤을 깠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이 안 나서 알밤을 통째로 넣을 생각에 생밤을 깠는데, 밤을 쪄서 넣어야 된다는 것을 뒤늦게 생각했지 뭐에요.. 손 아프게 까서 결국 쪘습니다. 이왕 찐 거 아까워서 으깨지 않고 통째로 넣어주었어요. 송편의 깨소는 설탕이랑 볶은 깨랑 물을 살짝 넣어서 만들어 줬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설탕을 생각보다 많이 넣어서 좀 덜어내고 볶은 깨를 다시 넣어주었어요.
그리고 밤에는 올리고당을 살짝 뭍히고 설탕을 발라주면 된다고 했는데, 덜어낸 깨소가 아까워서 깨소를 묻혔습니다. 그래서 밤 송편에도 깨가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오랜만에 만드는 송편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만드는 거라 잘 못 만들까 봐 걱정했는데, 어렸을 때 많이 만들었던 덕분인지 감을 잊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엄마한테 칭찬도 들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ㅎㅎ(사진 찍기 위해서 언니가 송편은 들어주었어요. ㅎㅎ)
밤 송편은 똑같이 빚으면 무엇인지 헷갈릴 것 같아서 밤 모양으로 빚어주었어요. 오랜만에 찰흙 놀이, 클레이 놀이 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어쩌다 보니 저는 밤 송편 담당이 되어 계속 밤 모양만 만들었습니다. 언니는 너무 오랜만에 만들었던 지라 처음에 감을 못 잡아서 계속 만두처럼 된다고 슬퍼하더니 금새 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밀가루 못 먹는 너를 위해 만들었다며 도너츠 모양과 꽈배기 모양까지 만들어주었어요. 그 때부터 시작된 우리의 클레이 놀이....ㅋㅋㅋ 곰돌이도 만들고, 꽃을 만들려고 하다가 꽃잎 하나를 너무 크게 붙여서 실패다 싶어 왕관으로 바꾸고 사람 얼굴로 변경, 그리고 다시 엄마를 위한 꽃 만들기, 콩깍지 모양 내기 등등.
엄마는 어이없어 하시면서도 즐거워하는 저희 모습에 결국 같이 웃으시며 즐기셨습니다. 그러다 첫 번째 만들었던 송편이 다 쪄져서 사진 찍으러 호다닥 달려가서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김에 다 가려짐. 완전 김서림.ㅋㅋ 이 사진을 보니 찌자마자 갓 나온 뜨끈뜨끈한 떡이 느껴지지 않나요?ㅎㅎ^^
다 만들고 난 양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4명이 먹기에는 많죠??^^ 오늘 낮까지 실컷 먹고, 소포장 해서 냉동실에 넣어뒀습니다. 이제 한 봉지씩 꺼내서 다시 쪄서 먹어야죠~^^ 떡집에서 만든 송편은 달라붙지 말라고 참기름을 발라놔서 느끼한데, 집에서 만든 송편은 기름을 바르지 않고 물만 묻혀서 떼었더니, 배부르지만 않으면 무한정 먹어도 괜찮을 만큼 담백하고 맛있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송편끼리 달라붙는다는 거지만, 그래도 떼면 또 잘 떨어집니다.
열심히 만든 밤 송편 사이의 깨 송편 2개를 쏙. 만들어 놓고 뿌듯했어요. 밤 송편은 어떻게 다르게 만들까 고민할 때 언니가 밤 모양으로 만들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제공해줘서 밤 모양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만들고 보니까 정말 너무 예뻤어요. 노란 밤이 조금씩 보이는 것도 예쁘고 밤 송편 모양도 특이해서 예쁘고 말이죠. 그리고 가장 재밌게 만들고, 마음에 들었던 곰돌이 송편! 시간만 넉넉하다면 몇 개 더 만들고 싶었지만, 만들 송편이 많기에 하나만 만들고 후다닥 밤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남은 깨소로 또 만들 때는 여유 있게 곰돌이 송편을 좀 더 만들어 볼까 싶습니다. 먹는 재미도,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니까요.^^
오랜만에 만든 송편 덕분에 가족들과 추석 연휴를 즐겁게 맞이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희는 올 해, 코로나 때문에 친척들도 못 만나고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오붓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웃님들도 남은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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